-친애하는 우리집으로 -하재영

 친애하는 나의 집으로


과거 집들에 대한 기록 하재영 지음

내 기억은 집이라는 물질적 환경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특정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집의 형태, 구조, 배치, 마감재, 색깔, 방향, 벽 모서리에 난 상처들로 기억의 일부분을 형성했다.

나는 그 집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 당시 일을 썼다. 198p


집을 통해 기억을 소환하다.작가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집을 옮겨 다녔다.

이름 말하면 '네가 살고 있구나' 하는 집에서... 기분나쁜 사건이 일어나는 동네라서 매일 밤 강박에 가깝게 문단속을 하면서 살던 창문 하나 없는 집까지 -

물리적으로 많은 집을 방문한 탓도 있겠지만 집에 너무 애착이 많다. 건축일을 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집에서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도 이유일 것이고, 또 인테리어에도 특별한 애정과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돌아가고 싶은 집, 그렇지 않던 시절 이중의 시간을 통과한 집과 성장했고, 그래서 (참으로) 친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더러워진 벽지를 가려내기 위해 에곤슐레 화집을 오려 벽에 붙였다고 한다. 엇갈리는 공통의 취향을 찾을 때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처음엔 좀 수척해 보였지만 읽을수록 섬세한 사람이었다.





3. 자기만의 방과 글쓰기에 대해 자주 버지니아 울프를 언급하지만 나는 얼마 전에 읽은 에밀리 디킨슨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떠올린다. 그는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했고 시도 7편밖에 출판하지 못했으며 사후 여동생이 서랍에서 천 편이 넘는 시를 발견하고도 그가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3p


나는 에밀리 디킨슨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무의미한 삶을 사는 듯하면서도 머리가 복잡할 때 그를 떠올리고 의지한다. 물론 사후 발표되는 수천 편의 시를 쓰지 않았으니 그 끝은 전혀 다르겠지만. 아무 의미 없는 삶은 없다는 것을 항상 떠올리게 하는 작가다.





4. 아빠는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했고 알면서도 사랑했다. 163p

자신을 무조건 사랑해 주는 고마운 사람이면서 어머니를 괴롭히는 미운 사람. 혹시 대한민국의 아버지 중에 이 양가적 감정을 유발하지 않는 아버지가 있을까.

작가가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좋았다.작가가 아버지의 메일을 받았을 때도 참 좋았어.





5. 작가는 삐삐를 잃은(12년간 키운 친구가 버린 치와와)숨을 헐떡이며 가슴에서 생명이 사라진 작은 존재.

아버지의 편지에서부터 삐삐와의 이별까지 차례차례 나와 통곡하고 말았다.





6.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 같았다.차분하고 야무진 사람 같았다.

그래서 좋았어.

가난을 예측하는 데는 과거든 현재든 비교 대상이 필요했다. 마포의 30평형대 아파트에 혼자 사는 친구 집에 다녀온 날 나는 가난했다. 원룸에서 불과 몇 정거장 떨어진 난곡의 쪽방을 목격한 날 나는 가난하지 않았다. 58p



많은 사람들이 걷는 것을 여기서 저기로 이동하는 수단, 어딘가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여기지만 목적 없는 걷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 176p


#책후기 #에세이추천 #친애하는우리집으로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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